WBC 일본 vs 한국
2006/03/06 18:16
어제 저녁 6시 KBS에서 해준 WBC 중계를 긴장감을 갖고 보았다.
3시간 여에 걸친 경기는 인내가 없는 사람은 쉽게 다 보지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TV 중계로 보는 야구와 야구장에서 보는 야구는 확실히 틀리다.
나는 내 인내력을 확인했다. 기쁘다.
더 기쁜 것은 우리의 승리였다.
얼마나 여유있는 승리였던가...
차곡 차곡 점수를 만든 일본팀의 최종 점수는 2점 우리는 1점 그리고 단숨에 2점을 내어 짜릿한 역전승을 했다.
4회말이던가 우리 우익수의 너무나 멋진 다이빙 캐치가 아나운서와 해설가의 예언처럼 승리를 향한 발판이 되었다.
훈련과 개인의 투철한 대한민국 대표의 의식이 아니고서는 그런 수비가 나올 수 없으리라...
주장인 이종범 선수의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도 감동이다.
선수이기 때문에, 장단지가 튼튼하기 때문에 맞은 곳이 안 아프고, 멍이 안들까?
숙소에서 옷을 벗으면 시퍼렇게 멍든 다리를 발견할 것이다.
그렇게 그는 피한 듯이 맞고 hit by pitched ball로 두번이나 나가 이승엽선수의 한방을 기대했다.
4번인가 나와 그냥 그렇게 들어가곤 5번째에 이승엽은 거포의 면모를 보여 주었다.
스타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홈런... 그렇게 쉬운가??? 결국 그는 몸을 사리지 않는 선배를 홈으로 인도했다.
그것도 홈런으로 맘편하게 말이다.
홀린 듯 일본의 타선도 침묵을 했다.
이번에 처음 국가대표를 하는 배영수도 2타자를 삼진 비슷하게 잘 처리하고 이찌로를 한방에 보낸 후 내려왔다.
구대성선수의 피칭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나이가 37세라고 한다. 왼손 투수다. 듬직한 외모에 자유족을 많이 치우치게 놓고 가뜩이나 생소한 왼손투수라 까다로운 면을 모두 갖춘 느낌이 들었다.
그가 투수로 올라오면 수비수들이 보다 안심하고 게임에 임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맘에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맘이 편안하고 좋은 것처럼...
와~~~9회말 박찬호선수가 구원으로 나오자 TV는 선전도 하지 않고 카메라를 따라 우선 일본 덕아웃 풍경을 보여 주고 찬호 선수의 연습 피칭을 보여 주었다.
일본 덕아웃의 선수들이 찬호를 구경하려는지 고개를 쑤욱 내미는 모습들이 재미있었다.
그들도 아~~~하면서 패색을 느꼈던 것일까?
박찬호 선수가 나오니 나 역시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것이 야구 선수들이 꿈꾸고 일반인들이 경탄하는 메이저리거의 힘임을 느꼈다.
그의 공이 다른 투수와 다를까? 속도는 150k 대였다.
아주 느린 투구와 변화구로 승부하는 투수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투수들의 속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른 투수들도 변화구, 낙차 큰 투구 뭐 그런 것들을 다 겸비하고 있다.
무엇이 다를까? 큰 무대의 경험이 그를 크게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에게는 후광이 있다. 큰 무대에서 그가 겪어낸 모든 것들이 그의 후광이고 힘이다.
그를 통해 나나 많은 우리 국민들이 메이저리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여기도 무대지만 저기엔 더 큰 무대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큰 곳에서도 우리도 해낼 수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IMF 때 충청도 태생인 박찬호와 박세리가 우리에게 준 희망은 엄청났었다.
그 고마움을 충청도 공주시는 두 사람의 동상을 세워 기리고 있다.
아뭏든 이런 박찬호가 마운드에 서고 단 세명의 타자가 들어왔다 나갔다.
마지막 타자인 이치로는 타석에 들어설 때면 항상 그만의 루틴을 갖고 있다.
대선수가 될 사람이면 갖추어야 할 것이 바로 자신의 루틴이다.
그는 오른손으로 배트를 곧게 편채 왼손으로 유니폼 상의 어깨 쪽을 천천히 잡아당긴다. 눈은 투수를 주시하는 것 같다. 항상 그렇게 한다.
그런데 어제 박찬호와의 맞대결에서는 왼손의 움직임이 조금 빨랐다.
다른 투수와의 대면과는 달랐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래서
'그도 이 대결에서만큼은 긴장을 하는구나. 자기의 루틴을 조금 부족하게 형성하네'싶었다.
내야 플라이로 아웃이 되고 경기는 끝이 났다.
투타가 너무나 안정스러운 그런 게임이었다. 점수나야 할 때 냈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다.
2점을 내주고서도 선수들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없었다.
점수가 나고 이길 줄 미리 알았을까?
반면 1점을 내주고 또 2점을 내준 일본 선수들의 얼굴에는 이미 졌다는 표정이 보였다.
내가 한국사람이라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멋있고 재미있게 본 게임이었다.
아...이치로의 정교한 송구는 역시 끝내 주었다.
어쩌면 그렇게 자신있게 던질 수 있을까?
조금 빗나가 우리 2루 주자의 좀 무모한(?) 진루가 점수의 발판이 되기는 했지만 역시 이치로의 송구는 정교하다. 인정한다.
일본의 첫 투수는 빠른 볼이 아닌 타자들이 좀처럼 보기 힘든 공을 던졌다.
거의 내리 꽂는 투구에 익숙하다. 땅에 닿을 듯이 밑에서 위로 던져진 공은 타자들의 공격력을 무력화하는데 일조했다.
예전에 야구를 하고 우리를 코치했던 분이 소프트볼 투구를 쳐본 적이 있다.
한 20개의 투구를 그냥 헛스윙으로 보냈다. 그 다음은 너무 오래되어서 생각이 안난다.
느낌이 생소하면 비슷하다 하더라도 그리 만만한게 아님을 느꼈었다.
어제 타자들은 이런 느낌이었을까?
일본의 프로야구는 70년이라 한다. 이제 20여년이 넘은 우리의 승전보는 사뭇 의미심장하다.
특별히 일본에 대한 감정을 안갖고 있더라도 우리가 일본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런 정보화 시대에 아직도 따라해야 하는가?
안그래도 된다.
난 이 야구 게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단합된 힘은 세계가 인정한다.
나도 인정한다. 뭉치면 못할 것이 없는 것이 우리다.
열심히 뛰다가 더 빨리 뛸 수 있으면 앞서서 뛰어가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줄 것이 뭔가를 왜 기다릴까?
04년인가? 소프트볼 코치를 하면서 필리핀에서의 아시아 여자소프트볼 대회에 급조되어 같이 훈련도 많이 안하고도 타격에서 훌륭히 제 몫을 한 지은이가 생각난다.
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제일 빠른 피칭(평균 속도 122k)을 구사한 일본 투수를 상대로 조금도 굴함없이 빠른 볼에 대해 어떠한 대처를 해야 한다를 먼저 생각하고 타석에 서서 멋지게 2루타를 쳐낸 지은이!
많은 경험과 경력의 쾌거라 나는 생각한다.
인구에 회자될 만큼 사람들은 인상적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나는 두고 두고 칭찬하고 싶다.
중국 대표들도 엉덩이를 쭉 빼고 전혀 손대지 못했던 그 볼을 상대가 아직 안된다는 대한민국의 한 타자가 쳐내다니...언제나 국제대회면 나타나는 재일교포도 그렇게 못한다.
이미 재일교포는 일본대표보다 한 수 아래라 생각하니까...
생각의 차이는 이렇게 극명한 결과를 나타내게 한다.
'그 볼을 왜 못쳐요? 그저 빠른 거 뿐인데~좀 일찍 스윙을 하면 오히려 그런 볼이 더 쉬워요'
지은이은 타격을 고민하지 않은 사람이면 할수 없는 말을 내게 해주었다.
대만전을 끝내고 홍성흔 선수의 말도 인상적이다.
'한타석 한타석이 국가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정말 중요하다. 아픈 것을 참고 계속 열심히 하겠다'
아시아 1위로 미국에 입성할 우리 선수들 모두가 이런 훌륭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리라 생각한다.
국가대표...아무나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