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 ''솔직히 야구를 1회부터 9회까지 끝까지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오늘 미국에서 한국이 일본을 꺾는 것을 보고 나니 야구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한국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을 다시 꺾고 4강에 오른 16일 프로농구 코트에서도 야구가 단연 화제였다.
부산 KTF와 경기를 하기 위해 부산 금정체육관을 찾은 KCC 허재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얘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야구로 주제가 넘어 갔다.
40분 동안 줄기차게 뛰어다녀야 하는 농구 코트에서 살아온 허재 감독에게는 3시간 넘게 지켜봐야 하는 야구가 지루했던 것 같았다.
허 감독은 ''아주 오래전 동열(선동열 삼성 감독)이 형이 선수 생활을 할 때 한번 놀러 오라고 해서 야구장에 갔었는데 너무 지루해서 VIP석에 앉아 소주만 마시다가 3회부터는 잠을 잔 적도 있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허 감독은 ''오늘 숙소에서 혼자 한국-일본전을 끝까지 다 보았고 승리가 결정되자 나도 모르게 `대∼한민국'을 외쳤다''며 쑥스러워했다.
허 감독은 ''나는 야구를 잘 모르지만 중요한 순간에 투수를 교체하고 그 작전이 맞아 떨어지는 것을 보니 농구도 제 때에 선수를 교체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봉이 높은 선수나 낮은 선수나 감독의 지시에 따라 각자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을 보고 일치단결하는 한국의 힘에 가슴이 짜릿했다고.
2002년 축구에 이어 올해 야구가 세계4강에 들었으니 이제는 농구도 성적을 내야 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허 감독은 ''농구는 워낙 신장 차이가 많이 나서..''라며 말끝을 흐리다가 ''하지만 우리 농구도 언젠가는 세계를 놀라게 할 날이 올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cty@yna.co.kr
=====================================================
농구 천재 허재 아~이젠 감독님이지...
허재감독의 인터뷰처럼 이렇게 긴 야구를 끝까지 보게 하는 힘은 무엇이었을까?
단연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우리 선수들이 뛰기 때문이지 않을까?
야구는 내내 숨가쁨을 연출하는 다른 운동과 달리 보는 사람들을 쉬게 만든다.
순간적으로 잠도 들게 한다. 굳이 소주를 마시지 않더라도 ^^
축구는 어떤가? 전후반 45분 내내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흥분이 경기내내 가시지 않는다.
목도 많이 쉰다. 야구는 목이 쉬지 않는다. 순간의 환호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야구를 끝까지 잘보는 사람이 경이롭다.
허~~~그런데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이번 WBC야구 대회는 충분히 나를 집중케 했다.
오늘 경기는 2시간 40 여분이 걸렸다.
철저한 투수전이었고, 철벽 수비 그 자체였다.
오면 반드시 잡았다. 투포수들은 냉철한 정신으로 한구 한구 혼을 실어 던지고 받았다.
오늘 경기는 누가 먼저 점수가 나느냐가 관건이었다고 생각한다.
철저한 견제 속에 거포들의 타선은 봉쇄되었다.
와다나베의 구질은 여전히 우리 타선을 봉쇄하는데 효과적이었다.
해설자의 말로는 그런 구질은 끝까지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단 한 타자만(조인성)이 한번의 안타로 그의 공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정말 대단한 투수 아닌가?
잘 때리는 이승엽을 막기 위해 모든 신경을 총동원했다 한다. 그것도 주효했다.
21살인 니시오카(스위치 히터)는 왼손 투수인 구대성에 맞서 오른쪽 타석으로 가 시원한 한방을 날려 2점을 앞서고 있는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21살인데...
8번타자의 안타로 2루에 있던 이와무라가 3루를 돈 시점은 우익수인 이진영이 볼을 수습하고 있던 때였다. 좀 무리가 아닐까 싶었다. 이와무라는 이진영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송구하기를 바랬거나 죽기 아니면 살기다라는 마음으로 홈을 파려 하지 않았을까?
이진영의 원바운드 송구는 너무 정확했고, 3루쪽 홈을 지키고 있던 조인성은 아직 오지 않은 이와무라를 자연 태그하는 식이 되어버렸다.
조인성은 꽉 잡은 공을 높이 치켜들어 주심에게 자랑했고, 이와무라는 태그 아웃과 함께 다친 발을 감싸쥐고 덕아웃으로 향해야 했다.
어느 나라 선수이던 다치는 것은 가슴 아프다.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란다.
4번의 경기를 보면서 흐름을 타면 이긴다는 것을 느꼈다.
7회까지 양 팀 모두 1안타만으로 타자들의 역할을 제대로 못해 주었다.
아니 양 팀 투수들이 경기 내용을 다 장악하고 있었다.
9번타자 김민재의 볼넷과 4경기 동안 한번도 보지 못했던 이병규의 중전안타가 이어졌고, 무리수를 둔 김민재의 3루 쟁탈에서 일본 3루수가 볼을 놓쳐 그 바람에 세입이 되었다.
3루심은 정확히 그 상황을 보고 힘찬 세입과 노캐치를 연신 외쳐댔다.
우리는 여러 카메라 방향으로 그 상황을 빨리 이해할 수 있었으나 일본 수비진은 또 오심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는지 한바탕 할 태세였다.
공과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그곳에 가까이 있는 사람만이 금방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3루수가 공을 받고 태그하자마자 시그널을 하지 않은 3루심이 우수 심판처럼 느껴졌다.
그 사이 이병규는 2루까지 갔다.
언제나 열심이라는 느낌이 드는 이종범!
상대 투수로 하여금 투구를 쳐내도 기분 나쁘지 않을 듯한 아주 성실한 자세로 타석에 임하는 것을 나는 종종 느꼈다.
그가 해주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그에 대한 응원도 있다.
자기 발을 맞추는 파울이 났다. 나는 죽는다고 낑낑 대었을 텐데...
엄청 세게 맞았을텐데...
그 다음 투구를 그는 그 아픔을 딛고 힘차게 쳐냈다.
이종범은 홈런은 친 타자 마냥 1루를 향했고, 열심히 뛰어 3루까지 갔으나 태그되었다.
일본의 3루수는 포구한 공을 손으로 꽉 잡고 확실한 포구를 3루심에게 보여 주었다.
이종범의 2루타가 우리의 승리타가 되었다.
구대성의 바통을 이어 받은 오승환이 남은 두타자를 헛방망이의 삼진으로 쾅! 물리치고 경기는 끝났다.
WBC의 파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