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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7 [고령사회 다가온다 ①]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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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7 [고령사회 다가온다 ①]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다. 2000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7.2%(339만명)로‘고령화(高齡化) 사회’로 접어들었고, 2019년이면 노인 인구가 14%를 넘어‘고령 사회’가 된다. 고령사회가 되는 데 걸리는 기간은 19년. 47~115년이 걸린 서구에 비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탄력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사회에 어떻게‘활기’와 ‘생동감’을 불어넣을 것인지가‘21세기 한국’의 최대 과제다. 문제점과 대안들을 기획 시리즈로 진단해 본다.

인천 Y요양원에서 살고 있는 박세진(67·가명)씨. 사업가였던 박씨는 5년 전 은퇴한 후 자식들 도움으로 그럭저럭 살아왔다. 그러다 2년 전 당뇨병 합병증으로 쓰러졌고, 병원에서 1년간 요양치료를 하다 치료비를 감당 못한 아들 권유로 이 요양원에 들어왔다. 요양원에 아들이 내고 있는 월 납부금은 90만원 정도. 한창 때는 돈도 꽤 만져봤다는 박씨는 자신의 현 처지를 몹시 비관했다.

“이런 사회가 올 줄 누가 알았겠어요? 늙으면 아무도 돌보지 않는 사회가 될 줄 알았더라면 미리 준비를 했을 텐데….” 박씨는 “노후 생각 않고 아이들 뒷바라지하는 재미로 살았는데, 말년이 이리 비참할 줄 어떻게 알았겠느냐”고 했다.

지금 요양원과 쪽방, 양로원 등에서 쓸쓸히 여생을 보내는 박씨와 같은 처지의 노인들은 350만명. 사회 고령화 문제는 이제 폭발을 눈 앞에 둔 시한폭탄처럼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준비는 미흡하다. 본보가 지난달 중순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노후 대비를 위해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6.6%가 ‘건강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지만, 응답자의 72%는 ‘돈을 전혀 모으지 못했거나 절반도 모으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특히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세대인 50대 이상 응답자의 64%가 ‘노후 대비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인구의 평균 수명은 75.5세(OECD 2002년 조사), 평균 정년은 56.6세이다. 정년 퇴직 후에도 20년 가량 직업 없이 더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요즘처럼 ‘40대 정년’ 경향이 계속되고 평균 수명이 더욱 늘어나면 그 기간은 30~40년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개인은 개인대로, 국가는 국가대로 노후문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상태이다.

현재 노후를 위한 국가적 대비책은 국민연금을 축으로 하고 있다. 지금은 100조원 가량의 연금기금이 쌓여 있지만 문제는 연금 수령자가 매년 10만~30만명씩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현재 36만여명인 연금 수령자는 2034년엔 20배로 늘어나는데, 연금 가입자는 오히려 2034년에 지금의 1642만여명보다 80만명이나 감소한다. ‘조금 걷고 많이 주는’ 체계를 고수한다면 2048년에 국민연금 기금은 바닥나게 된다. 2000년 노동 가능 인구(15~64세) 10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던 구조가 2019년에는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국민연금이 바닥나는 2050년쯤에는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노인 인구에 대한 의료비 지출 증가로 건강보험 재정도 위험하다. 65세 이상 노인 의료비가 전체 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20%까지 늘어났다.

특히 우리나라 가임 여성 1인당 출산 자녀 수는 1.3명으로 OECD 국가 평균(1.7명)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출산율 저하로 일할 사람이 없어지면 생산력은 당연히 떨어지게 된다. 경제성장 둔화와 국가 재정수지 악화를 초래하면서 파국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국은행은 이미 경고 나팔을 불기 시작했다. 생산인구가 줄어들면서 올해부터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 2013년쯤에는 위험수위인 국민총생산(GDP) 대비 3%선인 130억달러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원은 “이는 국가 경제가 적자로 돌아선다는 뜻으로, 경제에 주름살이 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경우 사회복지 원조 국가인 스웨덴은 지난해 말 여성 국방장관을 임명하면서 병력축소 등을 통한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독일은 90년대부터 노인을 지원하는 병역 대체 공익요원제를 두고 노인복지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이들 역시 복지비용이 경제를 압박하자 고육지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 위기’를 극복하려면 머리를 짜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고, 현재 48%선에 그치는 여성 노동력 활용도를 높일 프로그램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김상균 교수(사회복지학)는 “고령화의 태풍이 지금 남해안 근처까지 올라와 있다는 경보를 전 국민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03-01-06 기획취재팀 팀장=崔源錫기자 yuwhan29@chosun.com/ 朴重炫기자 jhpark@chosun.com/ 崔元碩기자 ws-choi@chosun.com )



2003-03-27 22: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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