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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2 퇴직금 따로 연금 따로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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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2 퇴직금 따로 연금 따로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직장생활 12년차의 朴모(35)차장. 직장을 네 차례나 옮겨다녀 퇴직금을 1천만원 이상 타본 적이 없다. 더 많은 연봉이나 더 나은 자리를 주겠다는 회사가 나타나면 언제든지 옮길 준비가 돼 있다. 노후를 퇴직금에 의존한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렸다. 朴차장은 대신 은행의 개인연금에 월 20만원씩 붓고 있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만약 퇴직금이 기업연금 제도로 바뀌었다면 회사를 옮기더라도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노후생활에 대한 걱정이 줄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노동부에 따르면 2001년 우리나라 근로자가 한 직장에 근속하는 기간은 평균 5.9년에 불과하다. 평생직장 개념이 엷어지면서 근속 기간도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퇴직금 개혁이다. 퇴직금에 해당하는 돈을 금융기관에 붓고 고령이 되면 연금형태로 탈 수 있는 기업연금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도 10일 ''기업연금 제도는 꼭 필요한 제도''라고 말하고 이해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추진하도록 정부에 지시했다.

힘 얻는 기업연금 도입론=퇴직금을 기업연금으로 바꿔야 한다는 방향에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여기에 대통령의 추진지시까지 나왔으니 제도정비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특히 ^기업연금 보험료를 누가 부담할 것인지^강제로 시행할지 또는 선택가입을 허용할지^연금액을 미리 확정할지 등에 대해 노사간에 의견이 다르다.

또 기업연금 도입에는 큰 전제조건이 있다. 국민연금도 이에 맞춰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학자에 따라서 학설도 다 다르다. 다만 기초연금제로 가야 한다는 방향에 대해서만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최소한의 생계비를 모든 대상자에게 지급하자는 것이다. 지급액은 생애 평균소득의 20% 방안이 많이 거론된다. 현재 30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1개국이 기초연금제를 도입했다.

이에 비해 기업연금이 정착되면 현행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 안팎으로 낮춰도 된다는 주장도 있다. 기초연금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하자는 견해다.

국제사회에서도 적극 권장=세계은행·OECD 등은 여러 차례 우리나라에 다층화된 연금제도를 제안했다. 노후에 특정한 연금 하나에만 매달리게 하지 말고 다양한 연금수혜를 동시에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의 국민연금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기초연금으로 바꾸고(1층), 그 위에 직장인을 위한 기업연금을 두고(2층), 모든 개개인이 개인연금을 알아서 들도록(3층) 하자는 것이다. 이른바 `3층 구조`다.

우리도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에 따라 공사연금제도 개선위원회가 발족해 여러 유형의 다층구조안을 마련했다. 지금처럼 국민연금 또는 특수연금 하나로 돼 있는 단층(單層)구조로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재정악화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벗어나자 정부는 개혁안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보건사회연구원 석재은 책임연구원은 ''다층방식으로 가지 않으면 국민연금에 몰리는 부담을 덜 수 없는데다 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재정부담이 문제=어느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공통적인 고민거리는 역시 돈이다. 예컨대 국민연금을 기초연금제로 바꾸고 재원을 정액 보험료로 충당하면 저소득층은 여전히 보험료를 못낼 것이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해소되지 않는다.

물론 세금으로 충당하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현재 사각지대에 노출된 납부 예외자나 체납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다.

그러나 노령화가 진행돼 돈 받을 노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국가재정에 큰 부담을 지우게 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노인 1인당 최저생계비(35만원)를 연금으로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1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근로자가 전체의 47.2%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기업연금으로 바꾼다 해도 일부에게만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다. 1천만명에 달하는 국민연금 지역가입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국민연금의 구조가 `3층 구조`로 바뀌면 기업연금에는 못 드는 대신 국민연금액은 크게 줄어 노후 대책에 구멍이 뚫릴 위험이 있다.

국민연금연구센터 이용하 부연구위원은 ''기초연금은 모든 국민에게 적용하므로 비용이 많이 드는 제도''라며 ''연금제도의 근본 틀을 성급히 바꾸는 것보다 현행 제도를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특별취재팀 신성식·정철근·김준현·하현옥 기자 ssshin@joonang.co.kr 2003-03-11)



2003-03-12 10: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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